『無門關』이란 선서(禪書)가 있다. 쉽게, 禪모음집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꽤 유명한 스님이 남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고 한다. 하루는 어느 손님이 그 절의 동자에게 스님이 무슨 설법을 하시더냐, 묻자 동자는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이걸 본 그 유명하다는 스님이 그 동자의 엄지손가락을 잘라 버렸다고.
비슷한 플롯을 가진 이야기로,
(다시) 그 유명하다는 스님이 손가락을 잘라버린 후, 아이가 손가락을 부둥켜안고 방을 뛰쳐나가자 그 동자를 불러서 묻는다. “부처의 진리가 무엇이냐?” 아파서 환장하는 그 와중에도 동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당연히 잘려나간 그 엄지손가락은 거기 없다. 보이지 않는 손가락의 빈자리. 거기서 그 아이는 깨달음을 얻는다.
흔히 들 그런다. 손가락 끝을 보지 말고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 달을 보라고.
동자의 잘려나간 엄지손가락 얘기를 선선(禪禪)하게 쿨하게 되씹어보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서 집착할 필요도 없다.
어디 한번 손금 좀 볼까? 하면서 만져보는 가지런한 그녀 손가락이 있는 것이고
핑하니 나오는 그 친구 눈물을 닦아주는 내 손가락이 있는 것이고
코코코코... 하면서 코를 토닥이는 조카 손가락 끝이 있고
김치이... 하면서 카메라 셔터를 찰칵하는 손가락이 있고
야, 우리 다 잊고 다시 시작하자! 하면서 화해주를 들어 부딪히는 손가락이 있으며
몇 층이세요? 하면서 대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손가락이 있고
문득 발견한 그래서 슬펐던, 더 이상 탄탄하지 않은 어머니 손가락이 있으며
잼잼잼 폈다접었다하는 앙증맞은 아가 손가락이 있을 뿐이다.
"진리"는 내 생활 속에 있다.
뭐... 이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