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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풍경, 여행, 근대Modernity . “야. 너무 좋아! 어쩜 이런 데가 있다니! 라는 말로 연신 감탄을 해대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풍경은 외부자에게 발견되는 것’이라는 가라타니 고진의 명제를 새삼 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험준한 산악지대였던 알프스가 공간의 균질화라는 근대적 배치 속에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탄생하고, 혁명의 좌절로 내면에 침잠한 메이지 20년대 일본 문인들이 ‘홋카이도’를 발견해냈듯이. 말하자면, 아우라지와 어라연이라는 풍경 역시 모더니티의 표상체계 하에서 비로서 ‘발견된’ 기호인 셈이다. 청정 지대, 아리랑의 고향이라는 근대에 반하는 이미지가 강화되면 될수록 그것들은 근대적 시각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역설의 장 속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았던 나는 전적으로 이 문명의 시선에 나포되지 못한 탓에 내 .. 더보기
일상과 자본 (혹은, 화폐권력)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라는 노래가 있다.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통.쾌.하.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별로 가진 것이 없는데도 태평하게 사는 사람들은 '사회불안세력'에 속한다고. 이러니... 이 노래가 통쾌한 거보면 난 사회불안세력의 일원에 속한다 (고 봐도 좋다). " 신자유주의"가 아니더라도 자본이 만드는 메이트릭스는 너무 견고하다. (영화 속의) 그 "빨간 약"이 아니면 절대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근대'라고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낸 것이 이 자본, 이름하야 화폐권력이다. 안락하고 편한, 너무 상쾌한 공간을 창출해내는가 하면, 이젠 일상 속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구조(누군가는 "Power"라고 하더만)가 되어 있다. 쉽게 상상해보자면, 자본앞에선 인간관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