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PowerShot S1 IS
처음 산 디지털 카메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팁을 모아 새로운 기종이 나왔을 때 바로 그 전 모델인 이 카메라를 샀다. 전형적인 똑딱이로 줌렌즈(optical zoom 10x)와 180도 회전이 가능한 (아주) 작은 LCD 스크린이 있어서 신기해하며 재밌게 사진을 찍었다. AA 사이즈 베터리가 무려 4개가 들어가는 그래서 사뭇 중후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후진 화질을. 그러나 실용적인 똑딱이. LCD 스크린이 먼저 망가져버렸다.
Davis 서쪽 끝에 있었던 해바라기 밭, 2008
Nikon D40
니콘 D40는 부피가 커서 소심한 내가 가지고 다니기엔 부담이 컸다. 6 megapixel. 그리고 DX format CCD 센서. 대세가 된 CMOS 센서에 밀린 마지막 기종이다. 빛이 충분하면 훨씬 좋은 화질을 만들어내지만, 까지이다. 당시엔 셔터스피드/조리개(aperture)/감도(ISO)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던 때라... 미안한 맘이 있다. 상대적으로 DSLR치곤 작고 가볍다. 실내나 어두운 곳이 아니면, 가격 대비 아주 훌륭한 카메라.
Olympus Pen EP2
우연히 알게 된 “미러리스(mirrorless)”라는 개념. 처음 산 미러리스 카메라가 올림퍼스 Pen EP2다 (EP3가 새로 나온 시기라 중고로 싸게 구입했다). 이 카메라로 아름이의 모든 걸 찍고 기록했다. Micro 4/3 센서인데, 올림퍼스의 냄새가 나는 색감이 있다. 정확히 잘 찍혀 나오는 Sony랑은 다른 색감이다. 부피가 작아서 팬케이크 단렌즈(prime lens)를 달고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20mm (35mm 필름으로 치면 40mm). 지금 사용하면 느려터지지만 이걸로 발랄한 아이들을 다 찍었다. Art 필터도 요긴하게 썼고.
Yangon street, 2012
Olympus OM-D EM5 Mark II
그 후에 장만한 이 사진기는 업그레이드된 성능과 화소에도 불구하고 잡스런 버튼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고 다니긴 했지만 산뜻한 맘이 아니었다: 16MP Four Thirds CMOS sensor. 생각보다 상당히 작고 가볍다. 방수방진. 스크린을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어 편하다. EP2보다 모든 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딱 여기까지.
모든 기능들을 작은 몸통에 쑤셔 담은 디자인 감성. 그러니까, 상당히 덜 심미적이다. 정말로 잡스런 버튼들. 메뉴도 복잡해서, 부러 EM5 Mark II 사용서를 사야했다. 이걸로 50mm 단렌즈를 처음 썼다.
EP2/20mm로 찍은 미얀마 여행사진들이 EM5/50mm로 찍은 베트남 때의 그것보다 맘에 든다. 확실히 50mm는 인물사진(portrait)용이다.
이렇게 나름 카메라들을 사용하며 정리된 내 자신을 위한 결론들:
ISO/Aperture/Shutter Speed 조작만 가능하면 된다; 필요없다, 복잡한 기능들.
당연히, 심플하게 사진만 찍을 수 있게 디자인한 카메라.
프라임 렌즈면 된다.
WiFi 연결은 상당히 요긴하다.
사실 내겐 EM5 정도 사양(Specs)만으로도 이 카메라를 평생 불만없이 쓸 자신이 있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의 카메라를 평생 불만없이 쓸 자신이 없다. 그래서 타깃이 된 카메라가 Olympus PEN-F.
이런 순간에, 일본이 한심한 경제도발을 했다. 한일 간의 경제구조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일본의 그 무슨 장관이란 자가 “Nikon,” “Canon,” 이러며 불매운동을 비웃는 장면이 나와서. 결심했다: 내 생에 더 이상 일제 카메라는 없다. 내가 소녀상 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그 일본인은 “Olympus.” 이럴 거 같아서. 난 소심하고 은근히 뒤끝도 있으니까. 찾아보니, 라이카(Leica)가 있는데 난 그놈의 빨간딱지가 부담스럽다. 소화할 자신이 없다.
Leica Q-P
중고를 찾아찾아 기다리며 샀다. 주문 후 도착한 건: 딸랑, 카메라 몸통과 렌즈후드 그리고 여분 베터리와 충전기. Strap도, 케이스나 그 어떤 페이퍼도 없다. 단, 전혀 흠이 없는 민트(mint) 컨디션. 짐작건대, 장물이 아닐까.
하여간, 내 모든 결론과 조건과 느낌을 만족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