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읽기가 주는 아름다운 것 중에 하나는 입문서들을 통해서 배우는 ‘마이너 리그’ 철학자들을 (들뢰즈를 통해서) 접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데카르트, 칸트, 헤겔을 비롯해 프로이트까지 이어지는 메이저 리거들의 틀을 깨는 즐거움이 있다.
대부분의 입문서들은 ‘베르그손, 니체, 스피노자’를 들뢰즈 철학의 커다란 골격이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젤 재밌는 철학자는 흄(Hume)이다. 들뢰즈의 흄에 대한 글은 두 개. 그의 학부 졸업 논문을 수정 정리한 <경험론과 주체성>(1953)과 논문 <흄>(1972). 이 두 글들은 시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내용상 커다란 변화가 없다. 그러니까, 논문은 요약본이라고 보면 된다.
들뢰즈읽기가 고스톱판이라면, 흄은 ‘판돈’이다. 고도리, 피, 쓰리광(니체, 스피노자, 베르그손)으로 스톱을 할 수 있다하더라도, 판돈이 없으면 고스톱 판에 들어갈 수 없는 법. 흄의 ‘관념 연합론’을 모르면 들뢰즈가 가는 길을 따라가기 힘들다.
박정태가 엮고 번역한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는 들뢰즈 논문집인데. 번역이 훌륭하다. ‘흄’을 읽었는데, 나같은 비전공자가 이해하게 번역(과 해석)을 할 정도면 스칼라쉽도 있다는 얘기.
이 논문집 먼저 찬찬히 읽기로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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