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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ory_일상(日常)

"오령산"의 위력



김장군은 지금 한국에 가 있다. (일본에도 일주일 머물다 온단다)
나야, 그동안 수고했다고 한 달간 휴가를 준다고 준 것이고
자기는 비즈니스 차 출장이란다.

덕분에 엄니 아부지가 오렌지 카운티에서 이 시골 데이비스로 올라와 계신다.
뭐 그럭저럭 평화롭고 한가로운 일주일이 지나갔다.

이놈의 아쌈이(아름이의 별명)는 그 흔한 "엄마"도 못하고 "아빠"도 못한다.
호칭만이 아니라 존재감에도 별 감흥이 없어서, 지 엄마가 집에 없는데도 여전히 싱글벙글.
아빠가 아침에 나간데도 싱글벙글. (지가 무슨 예수라고... 엄니아빠를 아주 시골길 질경이 대하듯 한다)

어제 새벽엔 잠깐 난리가 났다.
워낙 튼실한 아이라 머리를 찧어도 넘어져도, 햏.... 그러다 일어나거나 하던 일을 하는 앤데.
새벽 1시쯤 갑자기 일어나더니 울어재끼기 시작.
가서 안아주는데 괜찮다 싶다간 다시 앙앙.
열도 없고, 땀도 삐질삐질 안흘리고, 발진도 없고, 구토도 없고, 눈깔 상태도 정상...
안아서 달래는데 뭔가 속이 불편한 듯 하다.
몸을 비틀면서 참는 게 보인다 (참 안스럽더라). 아주 얼굴이 벌게져라 울어댄다.
응급실에 데리고 갈까 하다가... 데려가봤자 피 먼저 뽑고, 기다리다 사진이나 들이댈 거...
저녁때 먹은 오뎅?  밤에 먹인 청국장 가루? (주는 건 뭐든지 받아먹는 스타일이라...) ... 
뭐 이러면서 추리를 해나가다가.


옛날 강의시간에 들은 "오령산(五苓散)" 생각이 났다.
갓난아이가 이유도 없이 새벽에 울면서 자지러지면 따뜻한 물에 타서 먹여라, 는 교수님 말씀.
약장에서 오령산 가루를 흑설탕 약간 섞어서 미지근한 물을 숫갈로 먹였는데.
(기특한 놈, 믿을 건 아빠뿐이란 표정으로 꾸역꾸역 받아먹는다)

한 10분 지났을까...
생글생글 웃으면서 정상으로 돌아온다.
신기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