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적으로 보면 기억과 사고를 하는 대뇌피질은 신참이 된다.
시상하부니 연수니... 하는 자율신경계통이 고참이 된다.
또, 인간이 문명이란 걸 이루면서 산 것이 유인원으로 산 시대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가 된다.
그러니까, 인간이 생각하고 기억을 한다는 건 아주 "최근"의 사건.
공포감이나 분노의 기억이 혈류를 증가시키며 머리뚜껑이 열리는 일이 빈번히 생기는가 하면,
어제 본 그(녀)의 미소가 엔돌핀을 뿌리면서 흐믓해지기도 한다.
뭐지 이게 뭐지? ("나쁜 남자" 버전)
더더구나, 사고능력으로 인해 "자의식"이란 것이 형성되면서 주체와 객체라는 갈림이 생기고 보면...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앉으나 서나 "나"가 옆에 있고, 걷거나 뛰거나 "너"가 따라다닌다.
기억이 사라지면 내가 사라지는 것이다.
자의식은 "문명의 저주"다.
희미한 기억은 답답하고, 흐릿한 사고력은 힘이 없다.
불변의 그 무엇이 어딘가 있을 것같기도 하고, 아니 있어야만 한다. (있는 게 낫지 않겠나?)
그래서 들 그러나 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진리가 왜 변하니?"
이런, 시간의 세례를 받지 못한, 기억과 사고는
그래서 그런지 인간에겐 아직도 뭔가 자기 옷이 아닌 것처럼 어색하다.
쿤데라(Kundera)라는 이가 그럴듯한 말을 했다.
"The struggle of man against power is the struggle of memory against forget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