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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jubetea_대추차

관광객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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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의 철학을 사유하는 것은 대안적인 정치 사상을 사유하는 것이다.” 이 말을 머릿속에 넣고 시작해야한다. 상당 부분이 ‘현대 정치 사상 입문’이랄 정도로 교양서로 손색이 없다 (많이 배웠네). 깔끔하게 신속하게 쉽게 전개되는 문체. <존재론적, 우편적>을 쓴 사람이 이 책을 썼다고? 할 만큼 문체에 기름기가 없이 쉽다.

오배(誤配, misdelivered)와 ‘다중’(Multitude)이 중요한 두 개념. 오배(誤配)는 <존재론적, 우편적>의 “우편적”에서 나오고, ‘다중’은 네스리(Negri, A)와 하트(Hardt, M)의 <제국>에서 나온다.

“관광객은 단지 돈을 쓸 뿐이다. 그리고 국경을 무시하며 지구상을 넘나든다. 친구도 적도 만들지 않는다.” 이 사실은 팩트고. 이어 “관광객은 바로 우편적 다중이다”고 정의. 어찌보면 ‘다중’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같은 이미지인데, 여기다 ‘우편적’이라는 재미난 살을 붙인 거라고 할까.

과거 내셔널리즘의 ‘세계 정신’(헤겔)은 이제 ‘세계 시장’이 사뿐히 그 자리를 차지했고. “네이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유통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글로벌하게 퍼져있는 자본 시스템 안에서 예기치 않은 소통이 일어날 가능성을 풍기면서 공간을 희희낙낙하며 변화시키는 무리들의 이미지. 일부러, 덜 허무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읽었다.

오배(誤配) 설명을 위해 실용주의자인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를 끌어들인 점이 무척 맘에 든다.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 특히, 연대를 만드는 것에 대해 로티를 재인용한 부분:

“당신은 내가 믿고 원하는 것과 같은 것을 믿고 원합니까? 라는 물음 즉 공통의 신념이나 욕망의 확인이 아니라 단순히 ‘힘든가요?’ 라고 묻는 말걸기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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