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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발 여수행 밤배는 오후 늦게 출발, 나름 갑판에서 일몰을 보는 여객선이다. 3등석이라 해도 어차피 식당칸에 있으면 별 차이가 없으나, 감염숫자가 올라가는 터라 2등석 선택. 근데 배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객실에서 바다 보면서 여행일지를 쓰는데 구석에서 두꺼운 책을 시종일관 읽고 있는 일 인.
내릴 때보니, <동경대전 2>. “아, 김용옥이다! 반갑네요.” 김용옥의 오래 전 책에서, ‘조선사상사朝鮮思想史’를 쓸거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동경대전 1>에 ‘조선사상사대관朝鮮思想史大觀’이라는 제목의 백여 쪽 되는 챕터가 있다. 그나저나 혼자 여행 중인 듯, 책 읽는 그 분은 멋져보임.
‘바다김밥’은 30여 분을 기다려 먹을 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고, 걍 함 경험해볼만 하다, 정도. 산골마을 골목을 연상시키는 오르막길을 걸어 어느 카페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내고. 케이블카가 있는 공원까지 걷기로 했다. 카카오맵을 따라 걸은 이 길이 여수에서 젤 좋았다 (참 특이한 취향이야).
가는 길에 ‘여수여자고등학교’를 지나가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이름이라, ‘누나’들이 몰려 나올 것 같았으나. 내 나이를 깨닫고 우루루 나오는 ’할머니’들을 상상했다. 세월이 그만큼 갔다. 골목, 샛길, 개구멍 같은 길들을 긴가아닌가 하면서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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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terfly_여행